“제주도에선 농사짓기 좋지 않나요?” 이 질문, 참 많이 들었어요. 맞아요, 제주도는 기온도 온화하고 바람도 잘 통해서 땅이 건강하죠. 하지만 실제 농사를 시작해보면, 누구나 그 말 뒤에 숨은 현실을 알게 돼요. 잘 자란다고 다가 아니고, 제대로 키우려면 드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걸요.
요즘 제주에선 아열대 작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예전엔 감귤 일색이던 밭에도 이제는 바나나, 브로콜리 같은 작물들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있죠. 그런데 문제는… 역시 돈이에요. '어떤 작물을 선택하느냐'보다 '얼마가 드느냐'가 더 중요한 시점이 됐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주도에서 아열대 작물로 주목받고 있는 감귤, 브로콜리, 바나나, 이 세 작물을 기준으로 100평 재배 시 실제 드는 비용을 정리해 보려고 해요. 실제로 현장에서 농사짓는 분들의 경험도 함께 담아봤어요. 숫자뿐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감귤: 제주 대표 작물, 그러나 생각보다 드는 비용은 묵직
제주하면 뭐니 뭐니 해도 감귤이죠. 하지만 그 감귤도 막상 시작하려면 정말 준비할 게 많아요. 묘목을 구입하는 것부터, 토양을 정비하고, 비료를 뿌리고, 병충해를 막고… 어느 것 하나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게 없어요.
무엇보다 감귤은 한 번 심는다고 바로 수확이 되지 않아요. 보통 3년 정도는 나무가 자리를 잡아야 하고, 해거리(수확량이 많고 적은 해가 번갈아 오는 현상)도 관리해야 하죠. 그만큼 장기적인 계획과 지출을 감안해야 하는 작물이에요.
비용 항목 | 예상 비용 (100평 기준) | 참고 사항 |
---|---|---|
묘목 구입비 | 700,000원 | 조생종 기준, 25주 식재 |
토양 정비 및 퇴비 | 300,000원 | 석회·퇴비·작업비 포함 |
비료 및 생육관리 | 200,000원 | 기비·추비 포함 연 1회 |
병해충 방제 | 400,000원 | 연 2~3회 방제 기준 |
인건비 (전정, 수확 포함) | 800,000원 | 초기~3년간 누적 |
감귤 농사 7년 차인 한 농부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처음엔 생각보다 비용이 계속 나가서 당황했죠. 하지만 4년 차부터 나무가 자리 잡고 나니까 해마다 반복되는 비용 패턴이 익숙해졌어요. 그때부터는 나도 감귤밭의 주인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브로콜리: 짧고 굵은 겨울 작물, 그러나 타이밍은 생명
브로콜리는 제주도의 겨울을 정말 잘 활용할 수 있는 작물이에요. 제주는 겨울에도 바람이 세긴 하지만 기온이 낮지 않아서 노지에서 키우기 좋거든요. 특히 육지 농가가 출하하지 않는 겨울철 틈새 시기에 수확하면 경쟁도 덜하고 가격도 괜찮은 편이죠.
재배 기간이 짧다 보니 비용도 확실히 적게 드는 편이에요. 다만 수확 타이밍을 놓치면 바로 꽃이 피고 상품성이 떨어져요. 그래서 일손과 날씨를 하루 단위로 관리해야 하죠.
비용 항목 | 예상 비용 (100평 기준) | 참고 사항 |
---|---|---|
종자 및 육묘 | 100,000원 | F1 품종, 2~3회 파종 |
비료 및 토양관리 | 150,000원 | 퇴비, 유기질 비료 포함 |
병해충 방제 | 80,000원 | 유기방제 기준 |
기타 자재비 | 50,000원 | 관수·멀칭 필름 등 |
인건비 (수확, 정리) | 300,000원 | 단기 집중 작업 |
브로콜리를 키우는 제주 청년 농부의 말이에요. “처음엔 너무 쉬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꽃 피는 타이밍을 하루만 놓쳐도 다 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수확기엔 눈 뜨자마자 날씨 앱부터 확인해요.”
바나나: 도전 욕심을 자극하는 아열대 과일, 하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음
제주에서 바나나 키운다 하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죠. “그게 진짜 돼요?”라는 반응이 아직 많아요. 그런데 요즘은 소형 하우스를 이용해 국내산 바나나를 키우는 농가가 서서히 늘고 있어요.
일단 묘목 가격이 꽤 비싸고, 하우스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겨울엔 난방도 돌려야 하고, 과실이 맺히기까지 10개월 이상 걸려요. 긴 기다림과 투자, 그리고 마케팅 전략까지 함께 가야 하는 작물입니다.
비용 항목 | 예상 비용 (100평 기준) | 참고 사항 |
---|---|---|
바나나 묘목 구입 | 900,000원 | 파인애플 바나나 30주 기준 |
비료 및 생육제 | 400,000원 | 연 2회 기준 |
하우스 관리비 | 600,000원 | 난방·환기 포함 |
기타 설비 유지비 | 200,000원 | 습도·온도 제어 장비 |
인건비 | 500,000원 | 수확·포장 포함 |
서귀포에서 바나나 농사를 짓는 분이 이런 얘길 하셨어요. “망설이다가 시작했는데, 첫 수확 후 고객 반응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국내산 바나나를 일부러 찾는 분들이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죠. 한 송이씩 포장해서 고급 과일 코너에 납품할 땐, 내 농사가 자랑스러워지더라고요.”
마무리 이야기: 숫자 뒤엔 항상 사람의 마음이 있더라고요
감귤이든 브로콜리든 바나나든, 작물을 심는다는 건 단순히 씨앗을 뿌리는 일이 아니에요. 시간을 투자하고, 돈을 들이고, 결국 내 마음 한 자락을 그 땅에 놓는 일이죠.
각 작물마다 성격이 다르고, 드는 비용도 천차만별이에요. 감귤은 길게 보고 가야 하고, 브로콜리는 타이밍이 생명이고, 바나나는 열정과 전략이 필요해요. 제주라는 땅이 그 모두를 품을 수 있는 넉넉함을 가진 만큼, 여러분도 내 농사에 가장 잘 맞는 파트너 같은 작물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오늘 이 글이 숫자 속에서 길을 잃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아, 이건 나랑 맞겠다’ 싶은 감을 드렸다면 참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