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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농사 짓기 (준비물, 재배방법, 관리법, 비용)

by limgoons 2025.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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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그 자체로 따뜻한 작물입니다. 손바닥만 한 잎에서 시작해 길게 뻗어 나가는 덩굴, 땅속 깊숙이 묻혀 있다가 수확하는 날 처음 얼굴을 드러내는 그 순간까지, 고구마는 기다림과 정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죠. 특히 시골이나 마당이 있는 공간에서 고구마 농사를 지으면, 흙의 감촉부터 수확의 짜릿함까지 모두 오롯이 느낄 수 있어요. 오늘은 고구마를 처음 심어보려는 분들을 위해 준비물부터 재배 방법, 관리법, 비용까지 부드럽게 풀어 설명드릴게요. 책에서 배운 농사법보다, 이웃에게 들은 이야기에 가까운 글이길 바랍니다.

고구마 사진

고구마 농사, 무엇이 필요할까요?

고구마는 씨앗이 아니라 ‘고구마순(묘)’을 심어서 키우는 방식이에요. 처음 듣는 분들은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고구마순은 5월~6월 사이, 지역 농자재상이나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품종으로는 ‘베니하루카’, ‘밤고구마’, ‘풍원미’ 등이 인기예요. 100개 묘 기준 약 12,000원~15,000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합니다.

고구마는 햇빛을 좋아하는 작물이라 넓고 볕이 잘 드는 땅이 유리하고, 흙은 배수가 잘되는 사양토가 적합해요. 너무 비옥하거나 거름이 많은 흙은 오히려 줄기만 무성하고 뿌리가 잘 굵지 않을 수 있답니다.

준비물 예상 비용
고구마순 (100개 묘) 12,000원 ~ 15,000원
퇴비 (20kg 기준) 7,000원 ~ 9,000원
복합비료 (10kg) 6,000원 ~ 8,000원
고랑 정비용 삽 또는 경운기 임대 시 10,000원 ~ 20,000원
멀칭비닐, 지지끈 등 부자재 5,000원 ~ 8,000원

전체적으로 100묘 기준 고구마 농사 비용은 약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작은 면적이라면 훨씬 저렴하게도 가능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정성과 기다림이 이 농사의 핵심이죠.

어떻게 심고 가꿔야 할까요?

고구마순은 날씨가 완전히 따뜻해진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심는 것이 가장 좋아요. 고랑을 만들고 비닐 멀칭을 해두면 잡초도 줄고 수분 유지도 쉬워집니다. 비닐에는 일정 간격으로 칼집을 내서 그 사이에 고구마순을 심어주세요.

심는 방법은 비스듬히 꽂는 방식이 일반적이에요. 줄기를 흙 속에 약 7~10cm 정도 묻고, 줄기의 2~3마디는 흙 속에 들어가도록 심는 게 좋아요. 심고 나서는 물을 넉넉히 주고, 며칠 간격으로 상태를 살펴야 해요. 고구마순은 며칠이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니 너무 조바심 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심을 때 아이와 함께 이름표를 꽂거나 작은 표식을 남겨보세요. “이 줄기는 감자보다 달콤한 꿈을 꿔요.”라는 문구를 적는 것도 좋겠죠. 아이는 고구마순 하나하나에 정을 붙이게 되고, 그 마음이 자라 수확의 기쁨도 더 커질 거예요.

관리하는 동안 필요한 것들

고구마는 그리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작물이에요. 뿌리보다 줄기 위주로 키우는 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 자리를 잘 잡으면 특별한 병해가 없는 한 무난하게 잘 자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손을 놓아선 안 되겠죠.

중요한 건 수분 조절이에요. 너무 자주 물을 주면 뿌리가 물러지고, 너무 가물면 잎이 마를 수 있어요. 땅이 마를 때마다 주 1~2회 정도 물을 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줄기가 너무 길게 뻗어가면 고랑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살짝 방향을 틀어 주거나 잘 정돈해 주세요. 그렇게 하면 뿌리로 더 영양분이 가게 되어 고구마가 튼튼해져요.

병해충이 많지는 않지만 간혹 굼벵이나 거세미벌레가 생길 수 있어요. 흙을 자주 뒤집고 환기를 해주면 어느 정도 예방이 되며, 친환경 해충 방제제를 가볍게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수확의 순간, 고구마가 주는 따뜻한 보답

고구마는 보통 심고 나서 약 100~120일이 지나면 수확할 수 있어요. 10월 초에서 중순 사이, 땅속에서는 고구마가 부지런히 몸집을 키우고 있을 겁니다. 잎이 누렇게 마르고 줄기 끝이 힘을 잃어가기 시작할 때, 슬슬 수확할 준비를 해보세요.

손으로 조심스럽게 비닐을 걷고, 고구마순을 살짝 잡아당겨보면 땅속에서 통통한 고구마가 얼굴을 내밀어요. 그 순간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르게 됩니다. 고구마는 수확도 큰 재미 중 하나예요. 하나씩 캐낼 때마다 흙냄새와 함께 뿌듯함이 밀려오거든요.

수확한 고구마는 바로 먹는 것보다 며칠 햇빛 없는 서늘한 곳에서 말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전분이 당으로 전환되며 맛이 훨씬 좋아지니까요. 이때 수확한 고구마로 만든 군고구마, 고구마전, 고구마밥은 말 그대로 '손맛' 이상의 정성이 담긴 음식이 됩니다.

고구마 농사는 조급함을 허락하지 않아요. 땅속에서 조용히, 묵묵히 자라는 이 작물은 자연이 주는 가장 따뜻한 선물 중 하나예요. 그 선물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리는 흙을 이해하고, 계절을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되죠. 고구마를 키운다는 건,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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