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강원도잖아요. 다른 데처럼 안 돼요.” 이 말, 강원도에서 농사짓는 분들 사이에서 참 자주 들리는 말입니다. 산이 많고 평지가 부족한 데다 날씨도 워낙 변덕스럽다 보니, 단순히 남부나 평야지대 농사를 그대로 따라 하기엔 어려움이 많죠.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강원도만의 고도, 기후, 환경이 만들어주는 특별한 작물의 기회도 분명 존재합니다. 2025년 현재, 변화된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강원도의 환경을 이점으로 삼을 수 있는 전략작물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어요. 오늘은 실제 재배 사례와 시장 반응을 바탕으로 강원도 농가에 추천할 만한 고수익 작물 3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불편한 조건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 작은 힌트가 되길 바랍니다.
1. 고랭지 강점을 살리는 ‘청양미나리’
강원도의 고랭지 환경, 사실 여름 채소엔 제격입니다. 특히 청정한 물과 공기, 서늘한 기온은 다른 지역에선 흉내낼 수 없는 ‘맛’과 ‘식감’을 만들어 주죠. 이 조건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작물 중 하나가 바로 청양미나리입니다. 청양지역은 이미 미나리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평창, 홍천, 정선 같은 고지대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어요. 미나리는 유기농 재배가 가능하고 식재료뿐 아니라 즙, 가공용, 건강식품 원료로도 활용되어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향이 강한 미나리”를 찾는 소비자도 많아, 고랭지 특유의 진한 풍미는 큰 경쟁력입니다. 출하 시기도 타 지역보다 조금 늦지만, 그만큼 단가가 높아지는 시기를 노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최근엔 미나리 체험 농장까지 병행하면서 직접 따보고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소득을 확대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2. 가공용으로 각광받는 ‘도라지’
도라지는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대표 작물이죠. 하지만 아직까지 가공 중심의 고수익 모델로 키우는 농가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도라지는 뿌리를 수확한 후 생으로도 팔 수 있지만, 진액, 분말, 절편, 청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면 단가가 2~3배 이상으로 뛸 수 있어요. 강원도는 한랭기후 덕분에 도라지 특유의 쌉쌀한 맛과 향이 더 진하게 배어 나오고, 산간지대에서 유기농으로 키우면 브랜드 가치는 확실히 올라갑니다. 강릉, 태백, 인제 등지에서는 도라지즙 전문 농가도 점차 늘고 있으며,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과 연계해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에요. 특히 최근엔 기침 완화, 면역력 강화 등의 기능성이 알려지며, 겨울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입니다. 도라지는 뿌리작물이다 보니 장기 재배로 관리가 쉽고, 저장성도 높아 유통이 유리한 편이죠. 이제는 단순히 뽑아서 파는 게 아니라, ‘브랜딩과 가공’까지 생각하는 작물로 접근해야 합니다.
3. 고품질 소득형 ‘산마늘(명이나물)’
몇 해 전부터 ‘명이나물’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산마늘은, 이제는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나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고품질 산마늘은 아직도 대부분 강원도 고산지대에서 생산된 것들이에요. 해발 500m 이상 지역에서 자란 산마늘은 향과 잎의 두께, 저장성에서 차이가 납니다. 정선, 인제, 평창, 영월 등지는 이미 산마늘 전문농가가 여럿 생겼고, 대부분 위탁 출하 없이도 직거래로 다 소진될 만큼 수요가 탄탄합니다. 특히 봄철 4~5월 사이에는 고급 식당, 백화점 프리미엄 매장에서 ‘첫 수확 산마늘’을 찾는 수요가 많아 단가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또한 소금 절임, 장아찌 형태로 가공 시 1년 내내 유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에요. 산마늘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1~2년만 투자하면 매년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한 다년생 작물입니다. 처음 시작이 조금 느릴 뿐, 이후엔 꾸준히 돈을 벌어주는 착한 작물이죠.
강원도의 농사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조건 안에서도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작물은 분명 존재합니다. 청양미나리, 도라지, 산마늘… 이 작물들은 단순히 수익만이 아니라, 지역과 기후를 살리고, 농가의 정성과 시간을 보답해주는 작물입니다. 2025년은 그동안 고민만 하던 작물 선택을 한 번 제대로 바꿔볼 수 있는 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땅이 다르면 길도 다릅니다. 강원도라는 특별한 땅에, 가장 잘 어울리는 농사의 길을 찾아가보세요. 당신의 농사, 그 안에는 아직 펼쳐지지 않은 가능성이 가득합니다.